KIM YU JUN INVITATION EXHIBITION

문화산책 컬럼 url : http://www.ks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858



김유준 작가, 유년의 기억을 간직한 별 '나의 하늘이야기'



'김유준의 자연은 천진하거나 심오하게 펼쳐져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지우고, 다만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끄덕이게 한다.'



길을 잘못 들었다, 개통된 자동차 전용도로에 맛을 들이다가 며칠 만에 다시 그 길을 이용하는 출근길에서 또 새롭게 길이 뚫린 걸, 길을 잘못 들고 나서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아뿔싸... 어제는 낯설은 풍경이었으나 이미 더는 어제 보았던 생경한 풍경은 아니다. 그러나 인식과는 한 단계 늦은 몸뚱이의 엇박자로 어제와 같은 행태를 여전히 번복하는 실수가 감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실소가 터진다.

잘 정돈된 신도시는 깨끗하고 분위기 있다, 요즘은 뉴욕 어느 동네를 옮겨 놓은 듯한 표준적 미감이 도시인들에겐 안착이 됐나 보다. 어딜 가나 건물과 커피집의 인테리어, 레터링이 비슷하다. 가을 하늘은 푸르고 맑고 아침 공기는 깨끗하고 상큼하다. 이미 지각의 부담은 던져버리고 어그러진 실수를 즐기기로 마음먹고 나니 여행상태의 마음이 되어 보이는 표지가 안내하는 도시나 동네 이름을 볼 때마다 여고 때 한 반이었던 친구가 사는 곳이 여기로구나 하며 지나치는 여유까지 생긴다.



나의 하늘 이야기-26. 193.9x130.3(cm).acrylic color & mixed media on canvas,2017



투자가치를 생각하며 삶의 터전마저 쉽게 옮기는 현대인과 영판 다르게 살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는 뜬금없는 성찰의 시간도 갖는다. 내 손을 거쳐야 하는 일의 특성과 성격도 있겠지만 일당백으로 일을 해내야 하는 예술에 종사하고 있는 일상이란 극한 직업의 경계에 서 있는지라, 아이들이 독립했는데도 남편의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자고 했던 것도 마음만 먹고 해가 바뀐 지가 벌써 몇 년. 이런저런 생각을 운전하며 눈에 들어오는 빌딩에 하나씩 걸어놓다 보면 익숙한 길로 접어들어 서 있다.

당신의 일상은 어떤 안녕으로 펼쳐지거나 채워져 있는가.

김유준은 39번째 개인전을 강남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셀시에서 9월 29일까지 열었다. 컬러감이 빠진 그의 화면은 언뜻 보면 화선지에 먹으로만 작업해놓은 듯 하얀 화면에 별처럼 보이는 원이 크거나 작게 그려져 있고 그 아래 산이나 물처럼 짐작되는 자연이 그려졌다기보다는 그저 툭 얹힌 듯 덩그렇게 자리해있다. 단기라는 연호에서 짐작해 볼 수 있듯 그의 미감을 이루는 바탕은 재료와 장르를 떠나 역사관과 화법이 이미 동양화이다.

처음 그림을 그리는 아이처럼 집의 형태를 그렸고, 한옥의 방문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텅 빈 듯 하얀 화면에 크고 검은 둥근 원이 작가의 우주를 지칭하듯 둥실 떠 있다. 세속과 진리의 세계를 가르는 일주문에 위트있게 유준문(裕俊門)이라 씌어있다.





그가 이끄는 대로 물도 건너고 산도 지나 전지전능의 시점에서 다정한 우리의 산하를 내려다보며 휙휙 지나다 보면 운주사의 미륵불이, 정림사의 석탑이, 정조 때 화성 행차에 자리했던 호위 무사도 마치 지금처럼 만나게 된다. 시간 여행자 김유준이 안내하는 ‘나의 하늘 이야기’는 그가 발품을 팔아 확인하고 즐겼던 소중한 우리 문화의 진수가 무심히 펼쳐져 있다.

환한 해처럼 보이던 하늘엔 어느새 달이 떴다. 멀리 보이던 별에 어느새 들어앉은 나는 삶의 모든 고리를 끊고 나만의 우주에 둥실 떠, 문득 존재 그 자체가 되어있음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김유준을 따라가는 시간여행은 마치 무위자연의 도가사상을 따라 나서는 여행 같기도 하다. 크거나 작게 그려졌던 별이 흔들리고 부처도 흔들린다. 어디론가 또 누구의 마음속이거나 다른 시간대로 떠날 것처럼 시동을 거는 듯 여겨진다. 소리를 지운 화면은 움직이고, 부처도 움직이고, 세상도 움직이고, 내 마음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팟!





KIM YU JUN. 김유준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39회
갤러리 아트셀시, 표갤러리, 갤러리 일호, 불암골갤러리, 선화랑, 희수갤러리, 청화랑, 오키나와 글로벌갤러리, 박영덕화랑, 송원갤러리, 미호화랑, 도올갤러리, 갤러리이콘, 가인화랑, 수화랑 등.

단체전, 국제전 450여회

심사
대한민국미술대전, 전북미술대전, 강릉신사임당미술대전, 송파한성백제미술대전, 겸재진경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등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역임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겸임교수





김은숙 셀시우스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