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아트셀시가 기획한 '피어나는' 여섯번째 작가 최윤아 개인전이 4월23일부터 5월 2일까지열렸다. 최윤아작가는 들꽃같다. 봄이면 세상 어느
곳이건 지천으로 피는 이름모를 들꽃. 들여다보면 생김 하나하나 빠짐이 없이 저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땅에 근거해 하늘을 향해 존재감을 흔들거린다.
들꽃이거나 들풀의 향기는 바람을 타고 폴폴 날아가 구름이며 물결이며 하얗거나 초록으로 번져있다. 작가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Q. 이번 전시가 작가에게 특별하다고 들었다. 이전과 다른 전시의 성격은?
뭐라 정의하기 힘든 큰 기류가 최근 몇 년간 나를 감싸는 느낌이었다. 예전엔 스스로에게 집중하다보니 주변을 세세하게 보지 못했다. 끊임없이 나를 찾고,
자신에게 되물으며, 성장하고 변화되길 바랬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자신을 늘 채찍질만하며 스스로를 가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는 스토리보다 '나'라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Q. 전시 명제 '결'은 어떤 의미인가?
여행을 좋아한다. 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니며 자연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았다. 어느 날 문득, 변화무쌍 하지만 한결같은 그 무엇이 자연만한 게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한올 한올 실타래처럼 정교하게 흘러가는 자연의 규칙적인 법칙을 보면서 내 삶이 문득 보였다. 모든 것에는 결이 있다. 살결, 바람결, 숨결, 머릿결,
나무결, 잎결, 물결... 수많은 결이 있지만 그중 가장 관심을 갔던 바람, 잎, 물, 구름결에 주제를 두고 작업을 풀어갔다.
Q. 작가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모로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전업 작가로써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모두 이해할 것이다. 대학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10년째 접어들었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끝나면 작은 지하 작업실에서 작업을 했다.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던 만차였던 버스 안에서 유리창에 비친 사람들 틈 속에 서있는 내 모습을 봤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적었다. 살아온 길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걸어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란 답이 나왔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로 2년간 해외봉사를 떠났다. 시간이 허락되면 거기서도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집을 떠나 이국에서 타인과 함께 지내고 보니 잘 보이지
못했던 자신이 더 잘 보였던 시간이었다. 바닥을 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듯 모로코에서의 2년은 자아를 돌아보게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 였던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여행을 했다. 끊임없이 나를 찾고 자아와 마주했던 소중하고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 모로코에서의 2년은 때론 아프면서도 아련하며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
Q. 화려한 색채가 돋보인다. 화려함을 택한 이유는?
색은 마치 깃털과 같아서 사람의 감정을 실은 다고 한다. 원래 색을 과감하게 쓰는 편이지만 색에 대해 한편으론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모로코를 다녀와서 깨달았다.
이후 색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음은 물론이다. 천연 안료를 고집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모로코는 색감이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한데 인위적인 색이 아닌 자연이 준 색이야말로
더할나위없을 아름다움이란 걸 알게해준 곳이다. 모로코에서 수없이 봐왔던 바다와 하늘의 색. 블루는 참 다채롭다. 식물을 이루는 신비한 녹색도 새롭게 다가왔다.
Q. 작품 속에 펜으로 그려진 라인의 흐름들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가?
바람을 그렸다. 다시 태어나면 바람이고 싶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는 바람결을 느낀다. 형체는 없으나 굉장히 역동적이기도 하고, 한곳에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특성이
있다. 이번 작업에서 표현된 물결, 잎의 결 사이사이 모든 작업에 바람을 그렸다. 바람은 나를 둘러싼 어떤 존재처럼 보이지 않은 힘을 준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꼭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시 때마다 한 꼭지씩 주제를 두고 작업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힐링이 컸다. 결과보단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삶 가운데 마음을 흔드는 것들에 대한
성찰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그리는 작업으로 귀결되곤 했다. 어떤 결말이 될지 누구도 모를 인생을 진지한 시선으로 그려가고 싶다. 인간은 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현재보다 미래, 내가 가지지 못한 것, 자신의 소중함, 주변을 돌아보고 그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재현된 그림보다 느낌에 더 의미를 두는 작업을 하고 싶은지라
나의 의도를 관객이 읽어준다면 무척 반갑고 기쁠 것 같다.
Q. 예술은 무엇이며,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가?
예술은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란 하나에서 백가지 방향을 만들어내는 사람. 당연하다고 하는 것에 “왜”에 대한 회신을 해주는 사람.
같은 길을 계속해서 가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이가 진정한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페인터로만 머물기 보단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고민하는
창의력이 번뜩이는 예술가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