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희 작가 ‘tongue view' 展

최유희 초대전, 서울 갤러리 아트셀시

김은숙 (셀시우스/갤러리아트셀시 디렉터)



최유희 작가의 지난 화면들은 물컹하고 진득한 동물의 장기나 세포들로 보이는 무한 증식된 패턴들로 이루어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HMD (head mounted display)를 쓰면 차원을 달리하거나 못 봤던 미시적인 세계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상한 나라의 최유희' 랄까, 인간의 피부를 한 꺼풀 벗겨버린 듯 전혀 생경하지 않다. 식물로 이루어진 듯 보이는 육의 욕망이 산을 이루는 풍경들은 우리 신체의 장기 중 일부의 모습이거나 내면의 감정적인 풍경처럼 자아가 발가벗겨진 미러링을 경험하게 한다.

현대인의 빛과 그림자에 자신을 투영시킨 아이나 가족의 얘기들로 진행하게 하더니 아이의 성장기를 통해 작가도 크고 있는 것 같다. 반복적인 패턴 속에 자아를 은폐시켰던 것에서 한층 정리되고 명확해진 화법은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성장을 한껏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인생에서 가장 젊고 완숙의 생물학적인 시기를 작가는 통과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장 아픈 시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한껏 피어 자궁의 역할도 경험한 작가는 생물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누군가를 책임지고 키워내야 하는 시기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화려한 꾸밈에 위장하고 숨으며 상처를 견디는 다면적인 인간의 관계에 대한 감정을 마치 자연이 펼쳐진 풍경처럼 작가는 거시적으로 펼쳐놨다가 가족이란 일상의 시공간으로 조리개를 조절하며 스토리 전개를 해나간다.

보고 맛보고 말하는 수단으로 신이 만들어주셨을 장기를 상처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기능으로 전락시킨 인간과 사회를 고발하는 최유희 작가의 비폭력적인 화면은 다가가면 갈수록 공간을 인식하게 하는 역할 장치로 다만 현실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낸 가공의 풍경이라고 예쁜 컬러에 또 슬쩍 숨어서 다가와 소통하기를 담담히 역설하고 있다.

항상 생명의 근원이 어딘가 존재하는 것을 요즘 작가는 부쩍 잔잔한 파동이라던가 연을 연상시키는 식물을 병치시키며 물을 암시하는 화면을 그리는데 열심이다. 육과 식물의 이종교배가 무한증식하는 혀로 이루어진 풍경은 멀리서 보면 꽃으로 보이기도 하고 버드나무 가지 같은 이파리마다 꺼풀 없는 눈알이 부릅뜨고 있는 나무 아래 아이는 자신이 꿈꾸는 풍성하나를 꼭 잡고 있다.

물에 들어가 다른 세계로 진입할 것인지, 현재를 깨치고 나아가 어떤 성장을 할 것인지는 그의 몫인 것처럼 또 우리의 삶은 우리가 헤쳐가야만 한다. 최유희 작가의 장점은 제일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예민함과 뛰어난 공감력은 작가의 큰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