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작가 ‘나는 나와 살고있다' 展
최유희 초대전, 서울 갤러리 아트셀시
김은숙 (셀시우스/갤러리아트셀시 디렉터)
박지영은 유독 자신에게 집중한다. 타인이 자신을 보는 시선과 그것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내가 갖는 현재의 감정과 근원 된
무의식까지 낱낱이 느끼는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
메타인지의 중요성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참 true를 아는 것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그 점이 작가에겐
중요한듯하다.
화엄경의 핵심을 '법성계'로 편찬한 의상 스님의 짧은 계송을 보자.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무량원겁즉일념(無量遠劫卽一念)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구세십세호상즉(九世十世互相卽)
일불잡란격별성(仍不雜亂隔別成)"
"하나 속에 일체가 있고,
전체 속에 하나가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전체가 곧 하나다.
한량없는 오랜 세월이
한 생각 한 찰나요,
찰나의 한 생각이
무량한 시간이다."
자신을 잘 아는 것이 타인을 이해하는 첩경일지도 모른다. 가짜 마음, 싼 마음들로 이뤄진 무심했던 것들은 누군가에게는 날카롭게 또는 무디게, 찌르거나
긁히며 피를 흘리게 하고 상처를 준다.
인생의 신비란 타인을 도구로 내가 진리에 이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련되지 않은 원석 같은 예술가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힐링이나 생각하는 방식을
말하는 이들과 박지영 작가가 다른 지점은 타인을 재단하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모든 것에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생각과 표현을 전개하는 점이다.
식물의 두께로 자신을 횡으로 절단해보거나 자신의 신체를 이루는 일부를 개인 역사의 서사적 부피와 두께로 그로데스크하게 표현해보는 메타포 된 화면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정직함에서 무척 진지해 보인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내게 인지되는 내 안의 괴물, 두려움과 못남투성이와 대면하는 것은 유쾌할 순 없으나 정제되어
통제가 쉬운 구조로 획일화시키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정면승부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럴듯해 보이는 숙련을 택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이 가는 것에 비중을 두어 조각, 사진, 페인팅, 설치를 통해 거창하지는 않지만 자기 생각을 옮기는데
지금껏 매 순간 진실한 접근을 우선한다.
인생은 부표처럼 바람만 불어도 이리저리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떠다니는 때가 있다. 어느 날엔 뿌리를 내려 스스로 푸름을 만끽하는 젊음에 취하다가, 누군가에는
그늘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스스로 피와 고기가 되어 먹히는 희비가 점철되는 고해이기도 하다.
삶과 우주가 그렇게 순환되어가는 것을 박지영 작가의 화면 속의 눈처럼 크게 떠 자신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인간으로 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