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라 만타이 ‘형태와 끈의 기억’

자미라만타이 초대전, 서울 갤러리 아트셀시



김은숙 (셀시우스/갤러리아트셀시 디렉터)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나는 새로운 공간 관계를 구축하는 복잡한 구조를 만든다. 표현의 수단으로 반사, 빛의 효과, 모터 구동 운동뿐만 아니라 광학법칙, 추측통계학, 시각적 인식 및 다각형 입체의 기하학을 포함하고 있다. Strasburg 과 Bad Schmiedeberg에 아틀리에 두 곳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Samira Manthey 전시가 갤러리 아트셀시에서 열리고 있다. 좋은 작가를 만나기 위한 아트셀시의 공모 기획 초대전으로 2018년 첫 전시를 독일작가로 정한 이유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서 많은 작가들이 공존하는 곳도 없는지라, 이미 미술 선진국인 독일 작가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동질감과 문화적인 차이로 기인된 '다름'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독일 북쪽에 위치한 스트라스버그와 독일 중부인 바트 슈미데베르그은 국제도시인 베를린에서 1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자미라 만타이는 조부모가 그녀를 키웠고, 요즘은 암으로 편찮은 할아버지를 돌보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는 철, 나무, 종이 등의 재료로 거울, 조명, 빛과 모터를 이용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폴리곤은 3D 그래픽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다각형을 의미한다. 나무, 종이를 이용한 삼각형의 기하학과 수학, 확률, 폴리곤 기하학은 자미라 만타이가 작품을 만드는 도구이며 방법이다. 작업은 무척이나 구축적이고 정교한 결과물들로 여러 장치들로 인해 현장에 따라 다르게 연출되고 다양한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철사망을 늘이고 뭉뚱그려 전체의 형을 만들고, 일정한 조직을 편직한 가는 컬러 철사로 굵은 철사망과 연결해놓았다. 때론 가는 나일론 줄이 굵은 철망사이를 이어놓기도 하고, 폴리아크릴이 마치 색색의 빛처럼 알루미늄 프레임속의 규칙적이고 가는 구멍을 교차하며 세상은 수학적인 법칙과 빛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가시적으로 펼쳐놓은 듯하다.




자미라의 작품들을 전시장에 설치하면서 털실 같은 폴리아크릴 선이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미감을 갤러리 공간에 실현시킨다면 어떤 모습들이어야 할까? 또 관객의 시선을 레이저의 빛이라 가정한다면 기하학처럼 교차시키는 건 어떨지 고민했다. 작품을 매달고, 걸고, 낮게 내려놓고 바닥에 펼쳐놓았다.

공간을 점유한 설치물의 짝처럼 보이는 테이블의 각도도 살짝 틀어 놨다. 평면의 작업들은 따뜻하거나 묵직하게 삶을 관통하듯 굼실굼실 그려져 있거나 뭉개져서 다만 감정적으로 다가올 뿐 추상적인 화면은 그 무엇을 명시하지 않는다. 단단한 스티로폼 상자 안을 들여다보면 진한 블루의 어둠속에 하얀 삼각형 종이 폴리곤이 모터를 돌리는 전기의 작은 소음 속에서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손으로 빛을 최대한 막아 수학이 펼쳐놓은 아름다운 구조에 몰두한다.

또 다른 상자 안엔 거울과 빛과 어둠이 서로를 반사하거나 투영하며 거대한 도시의 밤풍경 어디쯤을 옮겨 놓거나 우주의 은하수를 품은 듯 짐작은 하되 심연의 끝은 알 수 없을 그 무엇으로 끌어당기거나 반짝인다.



불가의 인드라 망이 문득 떠오른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드라의 그물처럼 자미라 만타이는 수학의 기하학적인 법칙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며 먼 이국의 여기까지 돌고 돌아 인연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다. 작품은 예술가의 똥이자, 꽃이다. 배설물이자 피워낼 수 있는 귀한 산물인 것이다.

수학적 법칙으로 빚어놓은 우주에서 형이상학적인 정신의 결과물은 예술가의 개인의 환경과 경험, 무의식의 범주까지도 무게를 매겨야할 중요한 레시피다. 존재가 있는 곳에 희로애락은 무성하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가르고 미래로 나아간다. 외면했거나, 지체했던 모든 것들은 자미라 만타이의 자르고 붙이고 이어진 작은 조각들과 선들을 따라가며 우리를 저편으로 이끌고 기억으로 환생한다. 언젠가 우리는 다른 형태와 방법으로 조우하리라. 마치 처음처럼 만나 서로를 기억하는 접점이 그 무엇일지 자못 궁금해 하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현생이든 환생이든 우리는 그렇게 이어져 함께 피어나리라. 마치 지금의 너와 내가 그냥 만나진 것이 아닌 것처럼...



SAMIRA MANTHEY. 자미라 만타이

2013 Meisterschueler, University of Fine Arts and Design Burg Giebichenstein Halle, Germany
2011 Diploma, University of Fine Arts and Design Burg Giebichenstein Halle, Germany
2004-2005 Academy of Fine Arts im. Wl. Strzeminskiego, Lódź, Poland

Solo Exhibition
2017 'Rotation“, Kulturscheune Glantzhof. Strasburg, Germany
2015 'Floating“, Aro Gallery, Sidney, Australia

Projects
2018 permanent installation at a living house,, Fischerbänk, Neubrandenburg, Germany
2017 permanent installation at a living house,, Torgelow, Germany
2017 permanent installation at a living house,, Hamburg, Germany

Sponsorships
2016 project grant by Kunststiftung des Landes Sachsen-Anhalt,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