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m Yun A Invitation Exhibition

심윤아 초대전, 서울 갤러리 아트셀시





김은숙 (셀시우스/갤러리아트셀시 디렉터)


Gallery Artcelsi에서 기획한 '피어나는' 전시가 화제다. 7명의 초대전이 3월4일부터 시작되어 5월 13일까지 쉼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갓 사십대에 육박하는 젊은 이름들이 진솔하게 펼쳐내는 화법에는 마땅히 봄과 어울리는 핑크빛 피어남은 찾아볼 수 없는 역설들이 유감스럽게도 가득하다.

처한 환경과 이 시대가 주는 불확실성은 미래를 도모해야할 최소한의 장치마저 무력하게 생존까지 위협하는 현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꿈꾸기를, 살아내기를 포기하지않는다. 정직하게 내딛는 걸음 걸음에 주목하고 귀기울여 여린 잎들이 강건해지기를 미술계는 바람을 막아주고 물을 주어 키워내야 할 것이다.

심윤아가 그려내는 불안에 주목하며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림에서 외로움이 느껴질때가 많은데 그 이유는?
제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좋아하는 게 뭐지?’, ‘무엇이 날 흥미롭게 하지?’등과 같은 물음을 통해 관심가는 단어를 수집 하고 마음을 움켜지는 것들에 대한 느낌들을 메모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을 그리고 싶어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것을 표현하기 보다는 우선 잘 안 다고 생각한 자신에 대해 작업해보기로 했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한 느낌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외로움들을 표현하면서 작업마다 우연처럼 반복되는 물감자국, 우연과 의도로 인한 번짐, 칠했다 지워졌다를 반복하는 선들은 그때 제게 천천히 흘러 내리는 눈물 같았고, 이리저리 치이고 차이며 남겨진 멍 같았고, 상처를 지우고자 했지만 남겨진 흔적들 같았습니다. 그때는 감정들을 다시 기억해내고 분석하면서 그것에 대한 원인과 이유들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작업으로 쏟아낸 감정에 대한 표현들을 통해 외로움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왜 외로웠지 그리고 왜 외로워지는가에 대해……


♧작업을 할때 표현 과정에서의 도한부분과 감정사이의 경계는?
작업을 시작 할때는 관심대상에 대한 생각들을 또렷이 붙잡지 못한 채 구체적이지 못한 감정들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그 불명확함들을 우선 표현해 봅니다. 그렇게 한 장을 그리고 또 한 장을 그리다 보면 무엇인가가 어느 순간 뚜렷해지기도 했다가 다시 허공 속으로 숨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작업을 하며 드로잉들 속에 대상과 닮은 부분들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다시 조합하고 변형시키면서 대상에 대한 생각들을 구체화시키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대상에 대한 감정적 인상들을 모티브로 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내용과 표현을 동시에 심화 발전시키면서 주제에 맞는 표현방식들을 찾기 위해 무단히 애써야 하는데……모들 것이 조금씩 진행되고 느꼈던 감정들을 이해하고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끔씩 저를 무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감정적 인상인 불안에 대해 오랫동안 작업을 하고 나서야 그 감정을 인지하게 되었고 과거에 수집한 자료와 지난 생각들을 되짚고 정리, 분석하면서 불안을 이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업에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마음과 일치 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이 될까요. 상상만으로도 설렙니다. 언제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닮아가기 위해서……


♧그림에서 검은색 이미지의 의미는?
벽 같습니다. 아직도 새카만 벽이 제 작업 속에서 가득합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초반 작업들의 벽은 사방이 꽉 막혀버린 공간의 어둠이었습니다. 그저 그 두려움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 안에 외로움, 도망갈 힘도 안 생기는 절망의 공간을 기억했던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할 때의 검은색은 단단한 벽, 보기 싫은 답답함, 벗어나고 싶은 깊은 동굴 같은 느낌입니다. 이중에 단단한 벽은 어느 정도 사람들과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미로 속 검은색 벽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전보다는 조금 도망갈 구석이 보이는 그 벽들 사이를 지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업의 내용은?
제 감정에 대한 기억들을 따라가며 이해한 부분들에 대한 표현입니다.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외로움, 슬픔, 분노, 두려움 등과 같은 추상적인 감정들을 저의 시각과 감성을 통해 재해석 된 인상들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시간들 속에서 생겨난 감정의 흔적을 기억하고 그 원인과 이유들 에 대해 상상해보며 작업했었습니다. 뚜렷한 자국들에는 상처를 통해 생긴 아픔의 감정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것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면 다른 흔적들 또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즐거움, 기쁨, 행복과 같은 설렘의 흔적에 대해……


♧좋아하는 예술가는?
케테 콜비츠
가슴을 움켜쥐고 놔주질 않는 그림들을 작업한 사람


♧전시의 의미는?
예술에 대해 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소통’에 대해서 잠시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미술계의 단편적 모습일거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소통을 얘기하고 있지만 소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인상들이 피부로 먼저 와 닿았지 않았나 합니다.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전에 소통의 강요에 거부감부터 나타낸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서야 저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너와 나를 이야기하고 공감하길 바랍니다.


♤예술이란?
지금 제게 예술이란……기억입니다. 잊어버린 기억을 찾아주는 예술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도록 기억하게 해주는 예술이 참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기억하게 하는 그리고 기억해야 하는 세계의 의미를 건드려주고 세상의 조각들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이 있어 감상이 즐거워지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나를 기억하고 너를 기억하고 또 그렇게 세계를 느끼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예술이 전 참 좋습니다.


♧예술가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예술가란 무엇인지……
예술가는…… 앞으로 스스로 경험해보면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두려움에 대해 숨기 위한 그리고 도망치기 위한 공간을 ‘길’과 ‘문’, ‘계단’ 그리고 ‘틈’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기하학적인 조형언어를 통해 불안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미로'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헤매이는 길'을 통해 다시 한번 불안을 표현해보려 하고 있다. (작가노트중에서)

Yun A Shim 심윤아

2005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졸업. 서울
2015 마이스터슐러 졸업. 회화과 Prof. Ute Pleuger에게 수학. 독일

개인전
2017 '피어나는'전 (기획초대) 갤러리아트셀시, 서울
2016 '인형의 집' Das düstere Puppenhaus, 일년만미슬관, 서울
2016 '길위에서' (개인전 지원) 미추홀도서관, 미추홀터, 인천
2016 '계단 drawing' (개인전 지원) 장수마을, 마을박물관, 서울
2015 '헤매이는 길' (개인전 지원) 성북예술창작센터, 갤러리 맺음, 서울
2015 '계단을 오르는.....' (개인전 지원) 남산도서관, 남산갤러리, 서울
2014 'Irrweg' (개인전 지원) 헤매이다, 공간 '다리상자', 서울

소장
Verband der Ersatzkassen (vdek)
Landesvertretung Sachsen-Anhalt, 막데부억 / 독일
장수마을 마을박물관, 서울
개인소장 한국, 독일

프로젝트
2015~2017 일년만미슬관 공동운영작가, 전시공동기획,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