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회청 (回回靑)'- SUNNY.LEE INVITATION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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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로 빚은 도자기의 현대미 '회회청 (回回靑)'

"비가 오지 않는 여러 날 새벽에 비가 왔다. 반가운 빗소리에 새벽 산책을 나섰다"

민화의 현대적인 해석과 변용을 재료와 방법의 모색으로 새롭게 일깨워주는 이선희 작가의 작품들이 신선하다. 청화백자를 모티브로 모란과 일기 같은 자신의 얘기들을 무리 없이 펼치는 그녀의 상상력은 익살스럽고 은밀하거나 성스럽게 복과 안녕을 빌어주는 기복까지, 거침없거나 곰살맞게 표현과 장르를 확장한다.

옛 선인들은 부귀화의 의미가 있는 모란을 즐겨 그렸다. 꽃 중의 꽃이라 했던 모란이 주는 화중지왕의 의미는 무소불위의 측천의 명(命)을 거부했다는 설화가 있을 만큼 대단했다. 그러나 화양연화라 하지 않았던가. 아름다운 시절이 계속될 수 없듯이 매 순간 지금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현명함을 작가는 얘기하려 모란을 모티브로 작업했을 거라는 생각이 그림을 누리며 문득 스친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지 않다. 다만 아름다운 순간이 있을 뿐.... 일기 같은 기복신앙을 모란과 청화백자에 은밀하거나 위트있게 표현했던 전시는 갤러리 아트셀시에서 7월 8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작가와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 왜 회회청인가?

‘회회청’은 회회국(回回國)인 아라비아에서 수입된, 청화백자 그림에 주로 사용되었던 안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回回” 돌고 돌아 현대로 온 청색을 의미한다. 물감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청색과 주황에 덮힌 청색, 무명천에 올라간 청색, 옷감으로 염색되어진 청색으로 구성한다. 청색은 때론 색을 다 덮은 어둠의 색, 밤의 색이다.

■ 꽃과 물, 물고기, 바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은 활짝 피어 넘치도록 풍요롭다. 그림 속에 한없이 흘러나오는 물이 등장한다. 물은 풍요로움의 상징 하며 그것은 요 몇 년 가뭄으로 고생하는 자연에 작가가 기원하는 기우제와 같은 것이다. 전시 기간 내내 비가 많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기우제를 아주 잘했는지 전시 기간 내내 비가 오니 좋다. 꽃봉오리는 촛불의 형태로 활활 불타오르듯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것들을 이루어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풍경 속의 위태로운 바위가 있다. 바위는 영원불멸을 상징하며 비바람에도 의연한 자태로 절개를 상징한다. 그림 속에서는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부패한 정치를 상징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바위는 깎이고 부식돼 위태로운 형태로 떨어져 나갔다. 바위는 위태로워 져도 그곳에 사는 사람은 자기의 일들을 꿋꿋하게 해나간다. 그리고 자기의 경계를 떠나 마음껏 다니는 물고기는 개개인을 상징한다. 어떤 물고기는 슬픔을 가진 영혼에 대한 마음을 담고 있고 어떤 물고기는 자기의 영역을 떠나 자유롭게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목유도원도 1,2,3 린넨에 아크릴 + 크리스탈, 53 x 72.7cm, 2016



■ 왜 무명을 가지고 도자기를 만들려고 했을까?

그림 그리는 시간 외에도 바느질로 만들어 아이의 작은 소품부터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인형이나 옷의 형태로 만들기도 하며 일상 속에서 바느질을 자주 한다. 그중 도자기 소품이 작품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무명천 위의 청색은 청화백자에서 볼 수 있었던 청아함을 주었다.





■ ‘우중산책’은 무슨 의미인가?

한복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안에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것인지는 만들어 보지 않으면 자세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한복의 치마를 이용한 설치 작품 “ 山中雨 ”는 얇은 노방 천을 여러 겹 겹쳐 달을 가린 새벽의 비와 바람을 표현하고 싶었다.





■ 싸인이 회화적이다. 어떤 의미 인가?

작가의 브랜드 네임텍과 같다. 이선희의 熙 (빛날 희)를 간단하게 쓰고 변화시켜 그림마다 모두 다른 형태로 싸인이 되어 있다. 내 그림이 반짝반짝 빛을 가지길 바랐다.
2014년도부터 사라진 영혼들을 위한 그림을 그린 뒤 싸인은 배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세월호가 바다에 들어간 뒤 이해되지 않았던 모든 일을 보면서 답답함과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난 그림을 그리고 하나하나 마무리하면서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며 싸인을 하게 되었다.

■ 앞으로의 작업계획은?

사람과 동물이 등장하여 현실 속에서 느끼는 이들의 삶을 담을 것이다. 목단꽃의 작품을 기반으로 하여 풍요를 기원하는 그림도 기존에 작업하던 자연환경 스토리도 여러 가지 형태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다.



SUNNY.LEE. 이선희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개인전
2017 아트셀시 기획초대展 '回回靑' (artcelsi.서울)
2016 청년작가 선정전 '사주받은 외계인'展 (갤러리 리채.광주)
2015 ‘바늘로 빚은’초대展 (Anni Gallery.서울)
2013 신진작가지원전 '사이'展 (갤러리 생각상자.광주)
2012 '부엌展' 초대전(전남대학교치과대학 아트스페이스.광주)
2011 '넌 뭐하고 사니?' 초대전 (송은갤러리.남원, 무등갤러리.광주)
2010 '몽상가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원화기획초대전(갤러리 꽃삽.서울)
그 외 그룹전 다수 참여





김은숙 셀시우스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