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혜 작가 ‘the scene of 'n' 展
윤영혜 초대전, 서울 갤러리 아트셀시
김은숙 (셀시우스/갤러리아트셀시 디렉터)
작가의 영민함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살다 보면 몰라서도 못했고, 알면서도 못 하는 일이란 부지기수다.
삶이란 이가 빠진듯 싶다가도 또 그렇게 이가 맞춰지는 것이다 보니 행복 총량의 법칙이니, 불행 총량의 법칙이니...
모두 자신이 감당하는 영역 안에서 성장하는 바로미터로 삼아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기를 바랄 뿐, 부디 현재의 작업 안에서 찾고자 하는 성취가 충만하기를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했던 날들 위에 차려진 오늘의 성찬은 또 다른 어떤 순간을 위한 한 페이지일 뿐.
살아가며 넘고 또 넘어야 할 수많은 날이 잘 묶여, 다시 넘겨봐도 후회 없을 멋진 책 한 권이 탄생하기를 바라본다.
그녀가 제시한 'n의 풍경'의 어제오늘, 내 마음의 풍경과 감정을 대입해 봤다. 장막 같은 커튼을 젖히고 윤영혜의 세계에 접속한다.
단색조의 그레이 화면들이 크고 작게 평면과 무중력 그 무엇을 연상하게 하는 하얀 구 救체가 떠 있거나 납작하게 벽에 들러붙어 있는 윤영혜랜드.
기억과 마음의 해리는 단단하거나 딱딱해 보이는 추상적인 무채색의 갑옷을 입은 것 같은 화면 속에 은폐되어 있다.
현재진행형이어도 좋을 달달한 현실에 롤러코스터 같은 극적인 스토리를 누가 인생에 장치했단 말인가.
내 삶의 창조인 주체가 '나'란 것을 간과하는 순간, 제멋대로 세상의 모든 그림자와 부정적인 것들이 자석처럼 들러붙어 너도나도 원하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서로를 감염시킨다. 추락시키는 이놈의 프로그램에 장치한 그림자 또한 스스로가 불러들인 에너지임을 인정해야 한다.
알면서도 우린 변태 하기를 거부하고, 날 수 있음에도 스스로 갇히는 존재들인 것이 짠하기 그지없다고 나를 타자화해보며 자신을 스스로 쓰다듬어 본다.
부질없는 환영을 그려내는 이름들.
그들이 건져 올리는 일루 전은 부디 따뜻하고 달달하기를...
간밤의 라일락 향기는 싸늘한 봄 공기에 증발하고 종일 피부는 소름이 돋아 있는 봄날 한가운데서 길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