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 Kim, Project Invitation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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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획 초대전
2016. 5. 31. ~ 6. 20.

평면 안에서 상상하기

김하나는 기억의 자투리, 개인사의 파편, 그리고 삶의 흔적, 현실에서 경험한 것에 대한 일련의 반응을 이미지화 한다. ‘그것’들을 그리고자 한다. 모든 그림은 크게 볼 때 현실에서 나오는 ‘추상’이다. 작가의 그림은 그것을 설명하고 도해하는 선에서 이루어진다. 마치 일기와도 같은 그리기이자 현실에서 억압된 것들에 대한 자기 고백의 문장을 닮은 그림이다. 작가에게 그림이란, 그림 그리는 일이란 이처럼 자신의 삶의 기억을 반추하고 복기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시간에 불현 듯 개입하고 겹쳐지는 여러 생각의 갈래들을 포착하는 일이며 그로부터 떠오르는 감정을 추적하는 일, 그것에 형상을 입히는 일이다. 작가는 떠오르는 단상들을 몽타주해서 모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고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해서 감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고자 한다. 다소 모호한 이 장면은 다분히 초현실적이고 꿈과도 같다. 그러나 바로 이 장면이야말로 작가가 현실에서, 삶에서 느낀 것에 근접한 형상화에 해당한다. 현실은 구체성과 추상성, 실제와 환영,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이루어지기에 그렇다.

김하나에게 회화란 “평면이라는 단조로운 공간 안에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화면은 작가의 몽상이 구현되는 장소이자 무의식과 트라우마가 발을 내딛는 곳이다. 그렇게 평면인 화면은 기이한 공간이 된다. 그곳은 현실과는 또 다른 현실이 실현되는 장소이고 자신의 자아가 거주하는 공간이고 여러 상념이 몸을 얻어 서식하는 곳이다. 납작한 평면에 도전해보고 싶은 게 많다는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세포 감각을 조금 알싸하게” 만들고자 한다. 그러니까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느껴보지 못한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 것, 내외적인 느낌과 생각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자 동시에 “암시적인 것들로, 여러 가지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은 현실에서 억압된 것들의 귀환이자 구체적 일상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것들의 대리욕망으로 나타난다. 알 수 없는 기묘한 풍경과 그 어딘가에서 다소 불편하게 잠을 자는 인물로 이루어진 작가의 그림은 다분히 초현실주의에 가까운 형상회화이자 영상적인 장면을 선사하는 그래픽에 가까운 그림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섬세하고 날카로운 선의 집적과 유동적인 흐름, 환각적인 색채, 초현실적인 장면설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그 장면연출이 좀 더 긴장감 있고 탄탄하게 조형화되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아크릴로 그려진 이 그림은 얇고 가는 선이 반복해 겹쳐지면서 이루어진다. 가는 선을 생생하게 살려내면서 화면 전체를 채우고 있고 그 선들은 각기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려 한다. 작가의 그림에서 두드러지게 검출되는 예민해 보이는 가는 선들은 “솜털처럼 하늘거려야 하는 상황에서 면과의 조합, 날카로움을 가져야 하는 예리함에서 불안함을 지탱하는, 복잡한 일렁임에서 얽힘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수채화 같은 면 안에서 맛갈스러움을, 단단해야 할 덩어리에서 묵직함을, 자유자재로 그림의 이야기와 내용의 아우라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차원에서 구사된다. 따라서 아련하게 표현되는 면 안에서 선은 위에서 언급한 역할들을 해내며 그림에서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 낸다.

김하나가 연출해낸 장소는 주로 광막하고 호젓한 대자연을 연상시킨다. 그곳은 작가가 상상한 장소, 가보고 싶은 곳이자 어디에도 없는 곳(유토피아)이다. “숨 막히는 희한한 자연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장소에 한 인간이 자고 있다. 광막한 공간에 왜소하게 놓여있는 존재다. 주변은 다소 불길하고 황량한 분위기인데 한 인간이 얇고 좁은 형태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형국이다. 어딘지 불안하고 위태로운 장소에서 불편하게 잠이 드는 장면이자 새로운 곳을 찾아 그 안에서 간절하게 꿈을 꾸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현재 삶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자 그 안에 자리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다. 불안과 황폐함 속에서 수시로 유토피아를 꿈꾸고 여행과 달콤한 휴식을 욕망하며 이를 애써 찾지만 이내 다시 혹독한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다시 반복되는 일상으로 귀환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네 삶에 대한 은유이자 그러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내면풍경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처럼 이 그림은 “그 어떤 곳에서도 온전히 쉴 수 없고, 그 어떤 잠에서도 온전히 쉴 수 없는 요즘의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작가란 존재는 어쩌면 환각에 시달리는 이들이다. 현재의 시간에 저당 잡혀 사물과 세계를 보는 이들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해 세상을 대면하는 이들이자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기억과 현재를 가로질러 보는 이들이 바로 작가다. 김하나의 그림은 불연속적인 이미지들이 모여 이른바 ‘링크의 체계’ 안에 존재한다. 낯선 풍경과 그로부터 분리된 개별적 존재들의 기이한 상황들을 암시하는 이미지들이 모여 모종의 관계를 형성하고 접속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환상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Ha na, kim (김하나)

1999 Gwangju Girl's High School
2004 B.F.A. Chosun University, Fine Art
2007 B.A. Hongik University, Visual Communication Design

SOLO EXHIBITION

2016 Solo Exhibition. Gallery artcelsi, Yangpyeong


AWARDED

2006 Korea Art-Donation Collection by Hwan Hyung Il Bo

GROUP EXHIBITION 30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