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 Taekyoo Invitation Exhibition. 임태규 초대전

Lines Made by Nature. 자연이 만든선


2016. 9. 24 (sat) - 10.7 (fri)



임태규의 작업은 자신의 삶의 환경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온 듯하다. 그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산다. 양수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넘실거리는 곳에 그의 작업실이 정적으로 앉아있다. 기계적이고 결정론적인 환경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작가의 경우는 늘상 보는 주변 자연풍경이 그대로 작업의 실마리가 되고 아예 작업의 내용과 방법론으로 고스란히 밀고 올라오고 있음을 본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결과로 보인다. 이전의 작업은 추상인데 구체적인 대상이 사상된 채 물감의 질료덩어리들만이 고스란히 화폭 위로 낙하된 풍경이다. 화면의 표피를 붓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그 위에 물감을 뿌리기도 한, 그런 제스처가 다소 격렬하게 응고된 흔적이다. 이 추상표현주의풍의, 신체적 행위성이 감촉되는 화면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비교적 두꺼운 선, 막대기나 나무줄기 같은 선이다. 그것은 물감이자 색채이며 선이자 물질이다.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질료와 이미지, 추상과 형상 사이에서 미끄러지고 있다. 여하간 특정한 형상을 지시하지 않고 그저 화면 안에서 자립하고 자존하는 선, 스스로 충족된 선이 인상적이다. 그 선이 회화의 자존감이라 부를 만한 것을, 안간힘을 쓰며 구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화면을 분할하고 위에서 아래를 향해 긋듯이 지나간 자취, 힘차게 붓질의 생동감을 살려내면서 진동하는 듯한 떨림이 모종의 정서적인 충동을 전해주기도 하는 그런 그림이다. 그 선이 현재의 작업에도 여전히 떠오르고 있다.

근작은 초기의 추상화와 달리 비교적 구체적인 자연이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이미 2000년대 초기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이 그림을 자연의 직접적인 재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안개나 비에 젖은 산의 능선을 보여주는 풍경이나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단독으로 설정된 장면인데도 말이다. 수묵화처럼 보이지만 수묵화가 아니고 나목을 그린 그림 같지만 그림이 아니라 실제 나무(오브제)를 활용한 부조적인 작업이다. 또한 직접적으로 대상을 그린 게 아니라 우연적인 효과로 만들어낸 것이고 독특한 공법을 통해 이룬 결과물이다.

먼저 풍경으로 보이는 그림은 산의 능선이 몇 겹으로 겹쳐있는 장면으로 다가오지만 실은 한지(순지)에 드로잉을 하고 손으로 주물러서 주름을 만든 후 미디엄 처리(코팅)를 하고 다시 아크릴 물감을 입히는 다소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이 과정을 순서대로 기술하면 (정확히 문자화하기는 어렵지만) 다음과 같다. 우선 순지에 백색 아크릴 물감을 매우 연하게 푼 물로 드로잉을 하고 이를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그런 연후에 손으로 주물러서 원하는 주름(크랙)을 만든 후 선택한 물감을 푼 물에 담궈 색을 입힌다. 그 다음에는 어느 정도 손으로 짜낸 후 넓게 펴서 건조 시킨 후 표면에 미디엄 처리(코팅)를 한다. 그리고는 캔버스나 판넬에 배접을 한 후 다시 필요한 만큼 아크릴 물감을 입히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하고 최종적으로는 여러 차례에 걸쳐 그로스 바니쉬 표면 처리로 마감을 한다. 상당히 손이 많이 가고 복잡한 공정이다. 쉽게 말해 순지에 물을 먹이고 주무르는 일련의 필연/우연적인 과정을 통해 자연발생적인 흔적을 남겨놓은 것이고 그것이 모종의 이미지로 다가온 것이다. 순지와 물의 연출이 만든 자연스러운 풍경이미지이자 자연이 만든 미묘한 색채를 염두에 둔 표면과 자잘한 주름, 그리고 코팅으로 인해 반짝이는 표면이 어우러져 다소 신비스러운 자연의 한 순간을 접촉시킨다. 이 풍경은 그런 면에서 무척이나 감성적인 풍경이다. 시각에 의해서 포착된 풍경이기보다는 언어와 문자가 무력해지는 자연의 실제 풍경 앞에서 절망하면서 동시에 그 감동으로 인해 촉발된 역설적인 창작의 의지가 어렵게 틈을 벌려 빚어낸 자취, 우연적이고 자연적인 흔적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양수리 주변의 안개 낀 강가 풍경과 그 근처의 산들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풍경이 되었다. 따라서 작가가 물질의 연출을 통해 남겨놓은 결과물은 관자의 개입, 관여에 따라 비로소 완성되는 편이다. 보는 이의 시선과 뇌, 시 경험을 자극해 구체적인 풍경의 잔상을 떠올려주는가 하면 한국인이 지닌 풍경 체험에 의한 보편적이고 원형적인 기억, 미의식을 건드려주어 애틋한 감상의 여지를 부풀려주는 편이다.

다시 그 그림은 경계를 만드는 선들로 인해 이루어지는 회화다. 경계선이 모종의 풍경을 연상시켜줄 뿐이다. 선은 순지에 스며든 물, 물감의 층위에 의해 우연적으로 만들어진 흔적이다. 또한 손으로 반복해서 한지에 압력을 가하고 주물러대는 과정을 통해 예기치 못한 주름, 상처가 표면에 만들어진다. 이것 또한 인위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우연의 힘이 상당 부분 개입한다. 결국 그의 작업 방법론을 살펴보면 가능한 작업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그것이 또한 자연의 이미지를 지극히 편안하게 떠올려주기를 원하는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그러한 측면은 한국 미술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거론하는 것들이다. 우리 고미술이 그렇고 한국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성과들이 모두 다 그렇다. 임태규의 경우는 그것이 의식적, 목적적이기 보다는 작업실 주변의 자연 환경에 오랜 시간 침윤되면서 형성된 사례로 보인다.

종이 작업과 성격이 다른 것은 나무 작업이다. 여기서 나무 작업이란 나무 이미지를 재현한 작업이란 뜻이자 동시에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 작업을 말한다. 작가는 주변의 나뭇가지를 절지하고 피부를 벗겨낸 채 적나라한 물성으로 자리 시켰다.그것을 평면의 화면에 마치 상감하듯 부착했다. 그것은 본래의 나무에서 절취된 가는 가지를 박제하고 채집한 것이자 입체의 나뭇가지를 평면화 시킨 것이다. 입체의 둥근 나뭇가지가 평면으로 들어올 수 없기에 그는 나뭇가지를 양분하고 분할한 후 붙여나갔다. 그리고 주변을 물감, 혼합재료로 채워 넣었다. 마치 질료의 늪 속에 빠진 나뭇가지처럼 고요히 응고된 풍경이다. 작가는 그렇게 자연을, 자연이 만든 매혹적인 선을 영원한 순간으로 정지시켰다. 입체를, 자연을, 물질을 회화의 존재론적 조건인 평면 안으로 불러 들였다. 아니 평면에 안착시켰다. 그러나 더러 몇 개의 나뭇가지들은 평면에서 빠져나가 현실 공간에 자립한다. 그는 용접을 통해 철을 연결하고 잇대어서 나뭇가지를 재현했다. 공간으로 확장되어 나가는 순간 가구가 되고 다른 사물과 접속되어 풍경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그는 자연 그 자체가 되기를 열망하나보다. 사실 인간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다소 단정적인 표현이지만 자연만이 그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인간은 자연이 만든 그 아름다움을 흠모하고 모방하면서 늘상 자연의 자리를 의식하고 따라간다. 임태규의 작업은 자신의 작업실 주변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풍경에 노출된 그간의 시간과 경험으로 인해 배태된 자연스런 결과물로 보인다. 그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그런 과정, 경과를 회임해오면서 어느 순간 그것을 지금의 작업으로 돌려주고 있다.
박영택(경기대교수,미술평론가)

 

untitled, acrylic on korean paper on panel, 116.8x72.7cm, 2015

untitled, acrylic on korean paper on panel, 60x120cm, 2016

untitled, acrylic on korean paper on panel, 60x122.3cm, 2015

untitled, acrylic on korean paper on panel, 60x122.3cm, 2015



untitled,mixed media,162x110cm,2016

untitled, mixed media,35x35cm, 2012

untitled, mixed media, 50x50cm, 2010

untitled, mixed media on panel, 80x180cm, 2012


Lim Taekyoo (임태규)

Born in Seoul Korea (1959). 서울生 (1959年)
B.F.A Hong-Ik University. Department of painting.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 졸업
Study Painting at Prof. Pierre Buraglio's atelier in Ecole National Superieure des Beaux-Art, Paris, France. 파리국립 미술학교 수학 (PIERRE BURAGLIO 교수 아뜰리에)
B.F.A Paris Ⅷ University. Department of Fine Arts. 프랑스 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 졸업
M.F.A Paris Ⅷ University. Department of Fine Arts. 프랑스 파리8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졸업

Solo Exhibition. 개인전
2016 Gallery CREF (Osaka). 갤러리 크레프, (오사카)
2016 Gallery Artcelsi (Seoul). 갤러리 아트셀시 (서울)
2012 Heesugallery (Seoul). 희수갤러리 (서울)
2005 'Painting of Water’ Ehibition, Gallery Won (Seoul). 갤러리 원 '물의 그림'전 (서울)
2004 Dental clinic The GALLERY (Seoul)
2000 Gallery Won (Seoul). 갤러리 원 (서울)
1997 Gallery Won (Seoul). 갤러리 원 (서울)
1995 Art Center of Korean Culture and Art Foundation (Seoul). 문예진흥원미술회관 (서울)
1995 Mun Hwa-Ilbo Gallery (Seoul).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1992 La Galerie du HAUT-PAVE,(Paris)
1991 ESPACE BATEAU LAVOIR (Paris)

Group Exhibition. 단체전
2016
Artist in Yangpyeong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양평의 미술가들 展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5
Artist in Yangpyeong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양평의 미술가들 展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4th Korea and Germany Cultural Exchange Exhibition(smARTcities)(Berlin cultural institute, Germany). 제4회 한·독 문화교류전(smARTcities)(베를린문화원. 독일)
'Open the bird nest' Seorak Nature Art Exhibition (Seolmijae art Museum, Gapyeong). 설악 자연 미술전 '새 둥지를 열다' (설미재 미술관. 가평)

2014
Yangpyeong Environmental Art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양평환경미술제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Talking about Tae-beak’ Exhibition (Taebaek Culture Art Hall, Taebaek). 태백을 이야기하다 展 (태백문화예술회관, 태백)
Artist in Yangpyeong’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양평의 미술인展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3
‘Post Paris’ Exhibition (Gallery We, Seoul). 'Post Paris’展 (갤러리 위, 서울)
‘Artist in Yangpyeong’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양평의 미술가들 展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The Tortoise and the Hare’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토끼와 거북이 展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2
‘Artist in Yangpyeong’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양평의 미술가들 展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Taste of Country’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맛의 나라 展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1
‘Korean Art, Small Painting of 200 Artists’ Exhibition (Hana Art Gallery, Seoul). 한국미술 작은그림 200인전 (하나아트갤러리. 서울)
‘Artist in Yangpyeong’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양평의 미술가들 展 (친환경농업박물관 전시실. 양평)
Yangpyeong Environmental Art Exhibition (Yangpyeong Art Museum, Yangpyeong). 양평환경미술제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0
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서울)
SOAF-2010 Soeul Open Art Fair (COEX, Seoul). SOAF-2010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Half n One (Gallery Gaia, Seoul). Harf n One展 갤러리 가이아 (서울)

2009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Hyatt Hotel, Seoul). 아시아 탑갤러리 호텔아트페어 (하얏트호텔, 서울)
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서울)
SOAF-2009 Seoul Open Art Fair (COEX, Seoul). SOAF-2009 Spring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2008
Singapore Art Fair – ART SINGAPORE 2008 (Singapore). 싱가포르 아트페어-ART SINGARPORE 2008 (싱가포르)
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서울)
SOAF-2008 Summer Seoul Open Art Fair (COEX, Seoul). SOAF-2008 Summer 서울오픈아트페어(코엑스, 서울)
55 Selected contemporary artists from criticsExhibition (Hangaram Museum, Seoul). 평론가 선정 현대작가 55인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2 SOAF-2007 Participated Artists Exhibition (Gallery Seojong, Yangpyeong). SOAF 2007 참가작가 12인전 (갤러리서종, 양평)

2007
‘Lucky, Don(Pig), Relay’ Exhibition-Ehaw Gallery Open Invitational Exhibition (Ehwa Gallery, Seoul). Lucky 돈(豚)Relay 展 (이화갤러리개관초대전, 서울)
SOAF-2007 Seoul Open Art Fair (COEX, Seoul).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 컨벤션홀3층, 서울)

2006
SIAC Art Fair (COEX, Seoul). SIAC Art fair (코엑스 컨벤션홀3층, 서울)

2005
‘Mix and Match’ Lim TaeKyoo, Kim Sunmee Exhibition (KEPCO Art Center, Seoul). 'Mix and Match' 임태규,김선미 2人展 (한전플라자갤러리, 서울)

2004
‘From Natrue’ Exhibition –Gallery Contempo Open Invitational Exhibition (Gallery Contempo,Seoul)자연으로 부터 展 (갤러리컨템포러리 개관초대전, 서울)

2003
Soo-Ryu-Hwa-Gea(Water flow and Flower Bloom)’ Exhibition (Gallery Seojong, Yangpyeong). 水流花開 展 (갤러리서종, 양평)
Korea ‧ Japan Contemprary Art International Exhibition (SejongPAC Museum, Seoul). 한일 현대회화 국제교류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2002
'Today, Together’ Exhibition (SejongPAC Museum, Seoul). Today, Together 展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서울)

2000
ORIGIN 2000 GOOD MORNING (Gallery Sang, Seoul). ORIGIN 2000 GOOD MORNING (갤러리상, 서울)
23th Anniversary of Sun Gallery Opening – 200 Artists Small Painting festival (Sun Gallery,Seoul). 선화랑 개관 23주년 기념 2000년-200인 작가 작은 그림축제 (선화랑, 서울)
Group Exhibition 그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