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ARTCELSI INVITATION EXHIBITION


KIM YU JUN INVITATION EXHIBITION

김유준 초대전

2017. 9. 16 (SAT) - 2017. 9. 29 (FRI)



김유준 초대전 칼럼

http://artcelsi.com/column/kimyujun17.html










유년의 기억을 간직한 별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김유준의 회화는 미니멀리즘에 기반 한 전체구조에 물성을 강조한 바탕처리, 그리고 그 하단 에 부분적으로 자리한 정치한 묘사(극사실에 가까운)로 그려진 형상과 문자와 숫자 등의 개입으로 이루어졌다. 외형적으로는 간결하면서도 다분히 복합적인 화면이자 다양한 방법론이 구사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이는 70년대 단색주의와 평면성에 입각한 화면이자 그림의 오브제성, 물질성의 강조, 그리고 70년대 후반 이후의 극사실주의 혹은 형상미술, 또한 또다시 대두되던 한국성이나 민족문화, 혹은 우리 전통에 대한 이해와 반영이란 측면 역시 몇 겹으로 얹혀있다. 이는 작가가 작업을 해온, 당대 한국현대미술에서 그 ‘미술’에 대한 이해를 수용해 온 지난 시간의 궤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추이이기도 하다. 근작에 이를수록 이 종합적인 화면은 더욱 유년의 기억, 고향과 연루된 정서적 잔상 아래 추려지고 있어 보인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고향, 기억, 자연주의 같은 항목이 뿌리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롤랑 바르트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가 어린 시절을 간직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유년의 기억이 없는 인간은 없다. 그리고 인간만이 그 기억을 통해 한 인간의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김유준의 최근작은 무엇보다도 유년시절 겪은 자연에 대한 신체의 감각적 기억을 매개로 작업을 한다. 신체 안에 각인된 기억의 파편들을 별자리처럼 흩뿌려놓고 망실된 추억의 흔적들을 주술처럼 불러들인다.

흰색으로 점유된 바탕에 검은 원형의 점들이 둥실 떠 있다. 단색으로 칠해진 바탕 면은 실은 미묘한 질감처리로 마무리되어 있다. 다분히 ‘미니멀’ 하고 평면적인 바탕 면을 만든 후 그 위에 평면성을 약간씩 흔드는 질감, 촉각적인, 융기한 부분을 슬쩍 만들어놓은 것이다. 규사와 금강사 등을 고루 섞어 바탕에 밀착시키고 그 위에 채색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든 밀도 높은 그 부위는 은연중 촉각성을 자극한다. 그 흔적은 화면을 유심히, 가까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일정한 시간과 거리 속에서 화면은 다른 느낌, 맛을 자아낸다. 단색의 화면이지만 실은 무한한 변화가 있고 밋밋한 평면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편차를 연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단순하고 밋밋할 수 있는 단색의 평면성을 흔들거나 회화성이 풍부한 질감, 화면을 연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런 질감, 촉각을 동반한 화면위로 새까만 원형/점이 달처럼, 알처럼 자리하고 있다. 작가에 의하면 그것은 별의 이미지다. 아득한 창공에서 빛나는 별은 너무 먼 자리에 있는, 여전히 신비스러운 자연의 메타포이기도 하고 그 누군가의 얼굴, 존재이기도 하고(마치 수화 김환기의 점묘화처럼) 추억의 사연들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그 까만 점들이 하얀 바탕에 적막하면서도 힘 있게 자리하고 있다. 아크릴로 칠해져있지만 먹색을 연상시키는 색조는 다분히 수묵화 느낌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는 하단에 위치한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진 형상들의 경우에도 해당한다. 전체적으로 수묵으로 그려진 동양화의 정서가 진하게 풍기는 작업이다.

또 다른 그림에는 하얀 색의 별, 원형의 점이 화면 가득 중심부에 박혀있다. 커다란 알이다. 윤곽선은 연필로 그어졌는데 슬쩍 뭉개져 흐릿하고 퍼져있다. 또는 질감을 자아내는 재료를 구사하는 대신 시트지 등을 원형으로 오려 부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오브제를 사용한 회화이다. 화면에 밀착된 얇은 물질은 또 다른 피막을 형성하면서 하단에 그려진 자연/전통이미지와 다른 인공/현대의 느낌을 부여하고 손으로 이루어진 것과 다른 사물성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또한 물감을 대신해 인공의 재료가 금빛, 은빛으로 빛나고 있는 이 원형의 물성, 단색의 납작한 재료는 강렬한 환영을 자아내면서 평면성을 벗어나 있다. 시트지의 주름과 그 표면이 끌어들이는 외부의 풍경이 화면에 또 다른 화면, 깊이를 설정하고 연출한다.

하단에는 가늘고 여린 선으로 모종의 이미지가 슬쩍 그려져 있다. 그것은 마치 저 까만 점/별의 무게를 의식하듯, 그 존재와 한 쌍을 이루면서 위치한다. 대부분 고전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이다. 예를 들어 추사의 세한도의 일부(소나무, 잣나무와 집), 겸재의 인왕제색도(1751)에 그려진 인왕산, 운주사의 석불, 석탑,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일부 등이다. 고전의 일부, 혹은 그가 답사한 유적지의 어느 편린을 그대로 모사해서 그려 넣었다. 작고 깜찍하게 그려진 이미지가 감각적으로 빛난다. 그 사이로 다시 별자리가 매우 가는 선을 이루며 설핏 지나가고 빨강, 파랑의 작은 점이 찍혀 있다. 더불어 단기연호와 한자어로 ‘유준’이라 쓰여진 작가의 이름과 그림의 제목인 ‘시간기억’이 날렵하고 가늘게 적혀있다. 작고 가는 붓으로 예리하게 기술된 그 서체가 동양화 모필의 맛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이 문자들은 두툼하고 거친 질감과 대조적으로 화면위에 감각적으로 부유한다. 전체적으로 그래픽하고 디자인적으로 만져진, 압축적이며 간결하게 조율된 화면이다.

김유준의 근작은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와 감수성의 근간을 겨냥하는 작업이다. 물론 이는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경험적 이해와 고향에 대한 유년의 기억을 모종의 상실로 간직한 세대에게 가능한 일이다. 동시대 젊은 세대에게 그러한 추억은 거의 부재할 것이다. 서양현대미술을 습득하고 이를 체득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그 안에 유년의 기억, 고향의 자연에 대한 정서적 체험을 비벼 넣고 이를 다양한 방법론 안에 종합적으로 형상화해내는 김유준의 작업은 1970년대 이후의 한국현대미술의 궤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동시에 그 세대가 겪어낸 삶의 감수성 역시 눈처럼 내려앉아 있다. 눈처럼 하얀 바탕에 커다랗고 까만 점/별이 떠 있고 그 아래 잊혀진 전통문화의 흔적들이 적조하게 자리한 화면이 들려주는 전설이나 신화 같은 이야기는 마치 미당의 《질마재 신화》에 등장하는 어느 문장을 홀연 떠올려준다.









김유준. KIM YUJUN

1988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화과 졸업
198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겸임교수

교육경력
목포대학교 미술학과, 강릉대학교 예술체육대학 미술학과, 홍익대학교 미술디자인 교육원, 국립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과

작품소장처
국방부컨벤션센타, 서울고등검찰청, 여주검찰지청, 서대문우체국, 강원대학병원암센터, 서울대학병원,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한국기술표준원, 소비자보호원, 삼화빌딩, LG전자구미LCD공장, 경주교육문화회관, ㈜한솔, 쌍용양회, 삼성병원, 우창프라자, 민재빌딩, 방송회관, SK텔레콤, 매일경제신문사, 대동빌딩, 현대병원, 두산, 경수제철,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삼부골든타워, 주공아파트비잔틴모자익글라스벽화(37,000x3,100cm), 도봉구청, 휘닉스파크, 전자부품연구원, SK허브, 삼부오피스텔, 세종병원, 외무부, 부관페리호, 동해해군골프장, 가이야텔레콤, 한국소비자보호원, 등

심사
강원일보사 제4회 신사임당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심사위원
(사)한국미술협회 제 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심사위원
(사)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전북미술대전 판화부문 심사위원
(사)한국미술협회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 심사위원
송파 한성 백제 미술대전 심사위원
겸재 진경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심사위원
단원미술제 평면부문 제2차 심사위원

SOLO EXHIBITION. 개인전
2017 제39회 나의 하늘 이야기, 갤러리 아트셀시 (초대전), 서울
2016 제38회 나의 하늘 이야기. 표갤러리 (기획초대전). 서울
2015 제37회 사람은 자연에게, 자연은 사람에게. 갤러리 일호 (기획초대전). 서울
2014 제36회 여름으로 가는 길에서의 기억. 갤러리 일호 (기획초대전). 서울
2013 제35회 기억속의 시간여행. 표갤러리 사우스 (기획초대전). 서울
2013 제34회 불암골 갤러리 (기획초대전). 서울
2011 제33회 기억속의 시간여행. 선화랑, 선아트센터 (기획초대전). 서울
2011 제32회 희수갤러리 (기획초대전). 서울
2010 제31회 표갤러리 사우스 (기획초대전). 서울
2010 제30회 불암골갤러리 (기획초대전). 서울
2008 제29회 청화랑 (기획초대전). 서울
2008 제28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갤러리 H (기획초대전). 서울
2008 제27회 KCAF. 예술의전당 (기획초대전). 서울
2008 제26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갤러리 H (기획초대전). 서울
2007 제25회 화랑미술제. 예술의전당 (기획초대전). 서울
2007 제24회 선화랑 (기획초대전). 서울
2006 제23회 GLOBAL 갤러리 (기획초대전). 오키나와
2003 제22회 청화랑 (기획초대전). 서울
2003 제21회 다림 (기획초대전). 서울
2002 제20회 판화 개인전. EVE 갤러리 (기획초대전). 서울
2002 제19회 BEXCO 제2전시장 (기획초대전). 부산
2001 제18회 표화랑 (기획초대전). 서울
2001 제17회 유지갤러리 (기획초대전). 광주
2000 제16회 화랑미술제 (기획초대전). 예술의전당. 서울
2000 제15회 박영덕화랑 (기획초대전). 서울
2000 제14회 아시안 라이브 갤러리 (기획초대전). 서울
1999 제13회 화랑미술제 (기획초대전). 예술의전당. 서울
1999 제12회 청화랑 (기획초대전). 서울
1998 제11회 송원갤러리 (기획초대전). 서울
1997 제10회 미호화랑 (기획초대전). 서울
1996 제 9회 갤러리 2000 (기획초대전). 서울
1995 제 8회 화랑미술제 (기획초대전). 예술의전당. 서울
1994 제 7회 도올갤러리 (기획초대전). 서울
1993 제 6회 갤러리 이콘 (기획초대전). 서울
1992 제 5회 가인화랑 (기획초대전). 서울
1991 제 4회 자하문미술관 (기획초대전). 서울
1990 제 3회 갤러리 2000 (기획전). 서울
1988 제 2회 수화랑 (기획전). 서울
1984 제 1회 관훈미술관. 서울

GROUP & INTERNATIONAL EXHIBITION. 단체전 및 국제전 450여회